항상 시간은 저보다 조금씩 더 앞에 가는것 같은데 해가 거듭될 수록 조금 씩 더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어디쯤 앞서가는지 잘 보이지도 않을 지경입니다. 조금 쉴 만하면 또 새로운걸 만들게 됩니다. 새로운거 만들게 되면 팀원 모두가 무엇에 홀린듯 정신없이 하다보면 또 끝나있고… 한번 도전해서 성공해보면 또 더 자신감을 얻어 몰입하게 되는 이것은 바로 중독의 세계?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해외바이어 께서(우리는 이분을 “할배”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만들었던 재머장비가 아닌 정반대 개념의 새로운장비를 만들어달라고해서 또 한번 중독을 맛봤습니다. 폭탄을 터트리는 원격신호를 차단.교란하기위한 재밍의 반대개념으로 어디있을지 모르는 폭탄을 미리 터트릴수 있도록 모든 주파수대역에 DTMF 신호 (0~9, *, #) 를 발생시키는 장비를 3개월만에 개발해서 이스라엘장비와 1:1 로 맞 붙었습니다.
작년 11월에 계약하고 12월부터 3개월만에 개발및 시제품 제작을 끝내고 태국현지로 날아가서 차량에 설치하고 나서 디버깅 및 테스트를 모두 일주일만에 완료해야되는 말이 안되는 프로젝트 이었지만 한번 중독을 맛본 제정신이 아닌 우리의 어벤저스팀은 결국 해내고 맙니다. 최고기온 40도까지 올라가는 더위에 생수는 냉장고에서 차가워 지기도 전에 계속 동이날정도로 더운 와중에 바이러스까지…
적들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성능과 차별화 된 구조와 소형화 그리고 유연한 시스템등을 컨셉으로 우리 맘대로 앉아서 10분만에 종이 한장없이 입으로 설계하고 머리속에 그려서 될 것 같다고 하겠다고 하는 회사는 아마 우리밖에 없겠죠? 살짝 정상은 아닌것 같긴한데 이게 또 먹히니까 정상인것 같기도 하고…ㅎㅎ
어쨌든 현지에서 조립 후 테스트 하면서 나온 수많은 문제들을 즉석에서 프로그램에서 부터 보드수정까지 땜질로 다 해결해버리는 살짝 비정상인 우리 팀의 팀웍은 제가 보기에 최고입니다.
코로나사태를 보면서 평상시에는 툭탁거리기도하고 어슬렁 거리다가 위기 때면 순식간에 팀웍을 이루어 해결해버리는 대한민국인의 특징인것 같기도합니다.
거의 2주일동안 매일 아침은 거의 호사스러운 과일식… 모두 망고를 좋아하는 고로 최고급망고를 마음껏 먹었으나 이것도 결국 질리더군요.
2주차 에는 저녁에 삼겹살집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두 태국음식을 너무 좋아하긴 하지만 계속먹으면 삼겹살과 김치찌게가 눈에 어른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별이 3개인지 4개인지 사령관님의 주관하에 테스트를 매우 꼼꼼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육군만이 아니라 해군, 경찰, 해병 등 각 부대의 EOD 담당이나 책임자들이 다 모여서 거의 100명은 되는 큰 규모의 테스트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테스트가 진행되는내내 얼마나 긴장이 되든지 계속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서 스펙트럼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대입학력고사 치러갔을 때보다 더 긴장되는…
이 와중에 갑자기 예정에 없던 PT를 먼저 해달라고해서 뒷목이 땡길뻔했습니다. 다행히 이제 이골이 나서 대강 설명하고… 어차피 서로 영어 잘 못하니까 ㅎㅎ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스펙트럼만 쳐다보는척 하며 긴장하고 있어서 잘 기억도 않나내요. 다 끝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할배가 엄지척! ㅎㅎㅎ
마지막 사진이 결과를 말해주는… 참고로 테스트결과 점수가 이스라엘업체는 30점 저희는 95점이라고 합니다.
사진의 왼쪽 맨앞에 있는 친구가 할배의 막내아들이고 이번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한 우리 파트너입니다.
우리 팀원들 모두 너무 고생했고 또 본사에서 응원하며 기다려준 우리 모든 직원들도 감사하고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무슨일을 하든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기술적으로도 정직하게 그리고 서로 재미있고 행복하게 우리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글쓴이에 대하여..
Wants 가 아니라 Needs를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역시 감동 입니다.